1987년 6월, 서울 도심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시민과 학생들은 최루탄과 군화발을 뚫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 해 여름,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손으로 민주주의의 문을 다시 열었다.
"책상을 '쾅' 치니, '억'하고 죽었습니다."
그 해 1월,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사망했다. 경찰은 "책상을 '쾅'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내놨고,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후 이어진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사망, 정권의 거짓말, 언론 통제, 반복된 불통… 이 모든 것에 시민은 거리로 답했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학생, 노동자, 종교인, 시민이 하나로 엮였다.
드디어 ‘직선제’를 쟁취하다
그해 6월 29일,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는 전격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8개 항의 정치개혁"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는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적 선택이었지만, 1987년 6월 항쟁의 가장 큰 성과였다. 이후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뽑는 권리,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
제도는 갖췄지만,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형'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은 문민정부, 정권교체, 언론자유 확대, 시민단체의 성장 등 외형상으로는 눈에 띄게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제도에 있지 않았다.
선거가 반복되면서도 정치는 여전히 기득권 중심이었고, 지역주의와 진영 논리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흔들었다. 미디어는 자극적 갈등을 확대했고,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는 논리가 자라났다.
지금 민주주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뽑고, 언론은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겉보기에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가?
선거 참여율은 낮고, 혐오 발언은 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껍데기만 남고, 내용은 점점 흐릿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이야기 예고
마지막 4편에서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키고 실천할 것인지,
그리고 ‘시민으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봅니다.
👉 [4편: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 — 당신의 한 표가 역사를 바꾼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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