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다시금 흔들리고 있다. 정당정치는 혐오와 갈등으로 물들었고, 선거는 무관심과 피로감 속에서 치러진다. 민주주의가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된 지금, 오히려 그 소중함은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는 결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용기로 쟁취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광복, 그리고 혼란 속의 새로운 출발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전과 함께 우리는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됐다. 그러나 해방은 곧바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나라를 의미하지 않았다. 미·소 냉전 구도 속에서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렸고, 1948년 남한 단독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같은 해 제정된 ‘제헌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했다. 민주주의의 뼈대는 갖춰졌지만, 실제 정치 현실은 달랐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권은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고, 권력을 사유화하기 시작했다.
부정선거, 그리고 국민의 분노
1960년 3월, 제4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이 선거는 선거가 아니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야당 후보의 출마를 봉쇄하고, 개표를 조작해 부통령 후보 이기붕을 당선시켰다. 곳곳에서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자행됐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과 학생들은 거리로 나섰다. 특히 마산에서는 시위 도중 실종됐던 고등학생 김주열 군의 시신이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에서 발견되며 분노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결국 4월 19일,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의 시민과 학생이 거리로 나섰고, 이는 역사에 길이 남을 4.19 혁명으로 기록된다.
민주주의는 거리에서 태어났다
4.19 혁명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현실로 끌어낸 첫 번째 시민혁명이었다. 학생들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지지하고, 언론이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은 처음으로 “이 나라의 주인은 우리”임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고, 제2공화국이 출범했다. 비록 그 후 군부 쿠데타로 민주주의는 다시 시련을 맞지만, 4.19는 분명히 보여줬다. 시민의 한 걸음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4.19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민주주의 교과서다. 사회가 불의에 물들 때, 정치가 권력을 독점할 때, 시민의 침묵은 곧 허락이 된다. 그러나 행동은 역사를 바꾼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너무 쉽게 무시하기도 한다. 투표를 포기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혐오에 동조하는 순간, 우리가 누려온 자유는 서서히 사라진다.
4.19는 말한다. “민주주의는 기억하는 자만이 지킬 수 있다”고.
다음 이야기 예고
다음 편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등장과 유신체제,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이어지는 '저항의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다시 위협받았고, 또 어떻게 저항 속에서 살아남았을까?
👉 [2편: 유신과 저항 — 군부독재 시대의 빛과 그림자]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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